1988년도 학력고사는 주관식 문제의 도입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긴장과 혼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객관식 4지선다형이니까 정답을 확실히 몰라도 대충 찍으면 점수가 쑥 올라가는 수가 있었지만, 주관식은 달랐죠. 한자를 쓰라고 한다던가, 수학의 확률 구하기 같은 경우는 정확히 모르면 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글씨도 깨끗이 써야지 점하나라도 잘못 찍으면 그냥 빵점입니다. 비중도 높아서 객관식 몇 개 더 틀리 더라도 주관식은 다 맞는 것이 입시의 당락를 갈랐죠.

금주 대학 풋볼에는 매우 어려운 주관식 문제가 하나 걸려있군요. 다른 것은 다 틀려도 이거 하나 맞추면 서울대 합격이라 할 만큼 비중이 큰 경기입니다. 바로 알라바마 대 플로리다의 경기입니다.
랭킹 1등과 7등이 붙는데 뭐 어렵나요? 당근1등이 이기겠죠.
위에처럼 객관식 두뇌로 굳어진 인간들에겐 이런 주관식 경기가 어렵기만 하고 재미 없을 겁니다.
우선 감독 부터 이야기부터 해보죠. 남동회는 닉 세이번, 얼번 마이어란 1타 감독들이 영입된 이후에 대학 풋볼 업계를 평정해 오고 있습니다. 닉 세이번은 영화에도 카메오로 출연할 만큼 지명도가 높습니다. 어번 마이어 감독은 지난 켄터키 경기의 승리로 데뷔 10년만에 100승 감독이 되었구요. 경험은 엔에펠까지 드나든 세이번 감독이 많지만 승률은 85%에 가까운 마이어가 세이번의 75%보다 높습니다. 수요일 컨퍼런스에서 세이번이 마이어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발언을 합니다.
내가 톨레도에서 헤드코치로 일할 시절에 어번 마이어는 내 밑에서 일할 뻔 했었다.
속으로야, 내 쫄따구 역할을 할 놈이 나랑 맞짱뜨고 있구나란 말이 하고 싶은 거겠죠. 이빨로 먹고 사는 정치력은 세이번이 앞설지 모르지만, 세이번은 큰 경기에 가끔씩 약한 모습을 보여와서 감독으로 따지자면 마이어의 우세로 보고 싶군요. 마이어는 중요한 순간마다 기발한 플레이 콜로 상대방 수비를 당황케 만들었었죠.
자 이젠 선수 이야기로 넘어가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남동회에는 출중한 감독들이 있으니, 좆.선.에서 공부께나 한다는 학생들이 강남학원에 몰리듯, 엔에펠이라는 입시 관문을 통과하려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남동회로 모여듭니다. 말은 서산으로가고 선수는 남동으로 가란 말이 나올 정도죠. 현재 주전 플로리다 쿼터백 존 브랜틀리만 해도 텍사스로 가려던 발길을 플로리다로 돌렸죠. 팀 티보우의 그늘에서 빛을 못보다 올 시즌 아주 잘 하고 있고 티보우 보다 충분히 더 잘 할 수도 있는 선수입니다. 한가지 걱정인 것은 쥬니어로 큰 대회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 시니어인 앨라바마의 그렉 맥엘로이보다 한 수 아래죠. 맥엘로이는 올해 알라바마를 내셔널 챔피언쉽까지 이끈 쿼러백입니다. 그러나 티보우가 보여주었듯이, 쥬니어때 잘했다고 시니어때 잘하라는 법도 없고, 플로리다에는 프레쉬맨 쿼러백 트레이 버튼이 존 브랜틀리를 뒷받침 해줄테니 너무 꿀릴것도 없습니다. 어쨌든 쿼러백은 알라바마에게 점수를 조금 더 줘야 겠죠.
쿼러백 이야기를 했으니 그외의 다른 공격 선수들 이야기를 해보죠. 플로리다의 공격은 수비에 비해 좀 띵하죠. 걸출한 런닝백으로 제프리 뎀프스 하나 있습니다. 졸라 빠른 선수죠. 100미터를 10.1초에 달린 기록도 갖고 있죠. 공만 잡고 구멍만 보이면 7야드 전진은 기본입니다. 와이드 리씨버들은 눈에 띠는 선수는 없지만, 스프레드 옵션 오펜스를 즐겨쓰는 마이어의 공격 전략은 특출난 와이드 리씨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짧게 끊어 던지는 공만 떨어뜨리지 말고 잘 잡아서 처리하면 됩니다. 한편, 알라바마의 공격진은 화려합니다. 마크 잉그럼은 와이드 리씨버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런닝백으로 맹활약 중입니다. 하이즈만 트로피도 탔고, 무엇보다도 2009년 남동회 결승에서 플로리다를 침몰시키는데 어뢰와 같은 역할 했죠. 올해도 세이번은 잉그럼이란 카드를 들고 마구 흔들어 댈텐데, 다소 약해 보이는 플로리다 라인백커들이 선방할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와이드 리씨버로는 훌리오 존스가 있죠. 큰 키, 점프력, 달리기 삼박자를 갖추어서 마이클 얼번, 테렐 오웬스, 래리 핏츠제럴드를 이을 선수로 손꼽히죠. 다소 체구는 작지만 점점 눈에 띠게 잘하는 리씨버 마퀴즈 메이즈도 주목할만 합니다. 존스에게 수비수들이 몰리면 메이즈가 열리고 공은 그리로 가죠.
아무리 걸출한 와이드 리씨버가 있다 한들, 플로리다의 그물망 같은 수비수들을 피해가기란 참 어렵습니다. 블랙과 힐이 뒤에서 꽉 조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리씨버들의 루트도 잘 꿰고 있어서, 맥클로이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인터쎕을 날릴지 주목됩니다. 빵빵한 수비는 잘나가는 공격이 별로 안 부럽죠. 인터쎕 하고 곧바로 터치다운 해버리면 되니까요. 또한 상대 공격팀의 자신감을 무력화 하는데는 이만한 게 없구요. 반면 알라바마의 수비는 떡대를 앞세워 주로 앞에서 조여줍니다. 걸출한 디펜시브 엔드 마르쎌 다리우스와 라인백커 돈타 하이타워가 버티고 있죠. 마이어 옵션 플레이에 장사 없다지만, 플로리다 공격에 가끔씩 똥침을 가하기에 충분합니다.
요약하자면 알라바마의 철통같은 몸과 플로리다의 빠른 머리의 싸움이라 하겠습니다. 이 번에는 몸으로 때우는 알라바마로 함 가보고 싶군요.
남동회 주관식 풀었으니 머리를 식힐 겸 태씹, 대씹, 씹이지 객관식 문제들을 좀 풀어보죠.
스탠포드 대 오레곤
이건 쓰댕이 이겨줘야 재미있죠. 쓰댕으로 가겠습니다. 눈만 피로한 녹색과 노란색은 좀 그만 봤으면 합니다.
펜스테잇 대 아이오와
아리조나에 쪽당한 아이오와는 믿음이 안가는 군요. 펜스테잇에 기대를 해보죠.
위스콘신 대 미시건 스테잇
태씹에게 고전한 쥐스콘신도 마찬가지. 미시건 스테잇으로 가보겠습니다.
오클라호마 대 텍사스
태씹에게 뺨맞고 씹이지에서 화풀이? 과연 그런게 있을까요? 오클라호마로 가야겠죠.
자, 문제지 나왔으니 댓글로 다같이 찍어봅시다.